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관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